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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RPG 스토리텔링 <사건의 재구성 : 사건번호X>

1_#1 목격자의 증언_한가연

목격자1. 청소아르바이트생 한가연 : 피해자를 처음 발견하고 신고했다고 증언.

by 문아람

 

오늘, ‘그랜드 호텔’ VIP실에 루키 오빠 묵음.”

떨리는 손가락을 진정시키며 SNS에 글을 올리자 순식간에 소식이 퍼졌다.

일부 팬들은 대포를 준비했다며 바로 오겠다고 했고, 인증샷이 없으면 믿지 않겠다는 댓글도 있었다.

! 핸드폰만 고장 나지 않았다면 오빠사진을 찍었을 텐데, 씨발.’

난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우울했다.

고결한 루키 오빠의 사진을 담지 못하다니!”

이게 다 레스토랑 시다바리 이주영 그놈 때문이다. 사람이 싫다고 어느 정도 말했으면 염치가 있어 야지. 이 새끼는 눈치도 없고 개념도 없다.

어떻게 하면 오빠와 마주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래. 난 아직 일이 서투니까 층수 잘 못 눌렀다고 하고 방에 들어가 볼까? 뭔 일이 있으면 사과하지 뭐. 루키 오빠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는 기회야!’

난 과감히 VIP 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VIP실로 향했다.

잠깐만, 3번째 방이었나? 4번째? 4번째 방.”

나의 직감을 믿어 보기로 했다.

똑 똑똑

……

똑똑 똑

…….’

에라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문이 열렸다.

오빠도 참. 문도 확인 안하고.’

이것 또한 나에게 행운이었다. 다시 힘차게 문을 밀어 열었고 난 백옥같이 하얀 잘생긴 남신 오빠를 보겠거니 했지만 침대에 고이 누워있는 중년 남성을 발견했다.

, 죄송합니다!”

급하게 문을 닫으려는 데 방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처음 맡는 냄새였다.

손님, 혹시 뭐 흘리셨으면 제가 치워

난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비명소리를 억지로 틀어막으며 경찰에 신고했다.

 

형사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한가연씨? 이 남자를 최초로 본 사람이시죠?”

? 최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네요.”

형사는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 남자였다.

어떻게 발견하셨는지?”

어쩌지? 어쩌긴 뭐 어째. 그냥 솔직하게 말하자.’

길을 좀 헤맸어요. 청소하러 가야하는 데 다른 방과 착각했습니다.”

형사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여기서 일한지는 얼마나?”

한 달 안됐어요.”

형사는 그제야 날 쳐다봤다.

“VIP 실 청소를 착각할 정도면 어떤 중요한 일에 정신이 팔리셨나 보군요. 지배인, 여기 호텔 객실 명단을 볼 수 있을까요?”

개인 사생활을 원하는 고객들이 있어서 좀.”

형사는 지배인을 또렷이 쳐다봤다.

살인사건입니다.”

지배인은 당장 명단을 받으러 내려갔다.

그리고, 아가씨?”

?”

난 짜증이 살짝 났다.

이 냄새. 청소용품 중에 비슷한 냄새 있나요?”

전혀요. 근데 묘하게 전 남자친구 방에서 맡아봤던 냄새랑 비슷한 구석이 있어요. 형사님 제가 본 건 다 말씀드린 것 같은데 가 봐도 될까요?”

형사는 나에게 사진 5장을 보여주었다.

이 중에서 이 방을 나온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보았다던가?”

사진을 훑어봤지만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다.

제가 아이돌 팬 질 몇 년째인데, 눈썰미는 있어서 한 번 본 얼굴은 기억 잘하는데 전혀 모르겠어요. 이 남자는 정치할 것 같이 생겼네요?”

형사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괜히 아이돌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형사의 눈빛이 짜증났다.

형사님 전부터 거슬렸는데 형사님 흰 와이셔츠에 커피 얼룩이 묻었네요. 베이킹소다로 세탁하시면 잘 빠지니까 참고하시고 이제 가도 되나요?”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숨 막히는 현장을 빠져나오며 그 옆방에 누워있을 루키 오빠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