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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RPG 스토리텔링 <사건의 재구성 : 사건번호X>

1_#2 목격자의 증언_이주영

목격자2. 레스토랑 직원 이주영 : 로비에서 상대 조직 보스와 비서를 보았다고 증언

by 김도현

 

하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갑자기 떨려오는 오른손에 스스로를 다잡는다.

어제 이 호텔에 머물고 있는 한 손님이 죽음을 맞이했다. 들리는 바로는 청소 아르바이트생 한가연이 방안에 쓰러져있는 손님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흐읍, 후우.”

천천히 숨을 골라 마음을 진정시켰다. 호텔에는 수많은 손님들이 머물고 있다. 때문에 그 중 한명이 죽었다한들 나와 연관되는 일은 웬만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웬만하면 말이다.

"내가 왜 그 손님한테 음식을 가져다 줬을까."

당시에는 별 것 아닌 일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무척이나 후회가 된다.

룸서비스를 주문하신 손님이 있었다. 나는 서비스의 내용에 따라 음식을 손님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그 손님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혹시, 시간 괜찮으신가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탓에 바로 뒤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깜짝 놀라며 몸을 돌리자 그곳에는 다부진 체형의 남성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갑작스럽게 나타난 남성에 경계심이 생겼다. 그런 내 모습에 남성이 작은 미소를 띠며 신분증을 내밀었다.

"이런 사람이니 그리 경계를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서부경찰서 강력반 김상도 형사. 분명 그렇게 적혀있다.

"제가 안 그랬어요! 믿어주세요 형사님!"

나는 형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빌었다. 나를 범인으로 여겨 체포를 하러 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기, 이주영씨, 이러면 곤란합니다."

"진짜로 제가 안 그랬어요, 믿어주세요 형사님! 전 진짜로 음식을 가져다주기만 했을 뿐이라고요. 그 음식도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형사님."

"이주영씨, 그 일로 찾아온 게 아니니 진정하세요."

"진짜로요?"

", 그러니까 제 바지 좀 놔주시겠어요."

바짓가랑이를 놓고 물러나자 형사가 나를 바라보며 물어왔다.

"뒤늦긴 했지만, 이주영씨 맞으시죠."

", 맞아요."

"로비를 돌아다니는 손님들을 자주 바라보신다고."

"혹시, 스토커라고 신고가 들어온 건가요? 그런 건가요?"

울먹이며 다시 바짓가랑이를 잡으려고 하자 형사가 한 발작 뒤로 물러난다.

"아뇨, 이주영씨에게 해가 되는 일로 찾아온 게 아니니까 진정하세요."

내게 해가 되는 일로 찾아온 게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오락가락 했던 마음이 진정된다.

"죄송합니다. 어제 일 때문에 정신이 조금."

"이해합니다. 많이 힘드시죠."

", 죽은 사람이 저랑 일면식이 있던 것도 아닌데 좀 그러네요."

"……."

짧은 침묵 속, 형사가 먼저 입을 뗐다.

"많이 힘이 드신 건 알지만 조사에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

"로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자주 보신다고 하셨는데 혹시 이런 사람들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형사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저장되어있던 사진 몇 장을 넘겨가며 내게 보여줬다.

", 이 사람이랑 이 사람은 본 기억이 있어요."

내가 지목한 두 사람은 왼쪽 눈썹 위 커다란 흉터가 난 거구의 사내와 빨간색 포인트가 있는 안경을 쓴 갸름한 얼굴의 사내였다.

"이 두 사람을 목격하셨다고요."

",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첫 번째 분 생김새랑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뒤에 분도 특이한 안경을 끼고 계셔서 마찬가지고요. 빨간색 안경이라니 좀처럼 보기 힘들잖아요."

"이 두 사람을 목격하신 게 확실하시죠."

목격한 게 확실하냐는 형사의 물음에 망설임이 생길 법도 했지만 나는 확신했다.

, 안 그래도 기억에 쉽게 남는 사람들인데, 두 사람이 로비 한쪽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던 거를 봐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잠깐,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요?”

나의 대답에 형사의 한쪽 눈썹이 올라간다. 내가 무슨 이상한 이야기를 한 걸까?

, 그렇지만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어요. 30초 정도 이야기를 했나? 분위기를 봤을 땐 첫 번째 사람이 두 번째 사람한테 무언가를 물어 본 것 같았어요."

무언가를 물어봤더라."

형사는 내가 앞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입을 다물고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기, 두 사람이 만난 건 확실한데 물어봤다는 건 제 추측이니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의견을 전하자 형사가 웃으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 점은 감안했으니 걱정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더 물어 보실 거 있으세요, 이제 일 하러 가봐야 되는데."

형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얼마 안 되는 휴식시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이 두 사람이 만난 게 몇 시쯤인지 기억하시나요?"

으음, 그게……. 오후 630분쯤 이였어요.”

오후 630분이라…….”

수첩에 메모를 마친 형사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수사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추가로 증언하실 게 생각나시면 이쪽으로 전화주시면 됩니다.”

형사는 명함 한 장을 건네주더니 자리를 떴다.

나는 명함을 내 주머니에 고이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