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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RPG 스토리텔링 <사건의 재구성 : 사건번호X>

2_#6 피해자와의 관계_조덕구

용의자 5. 정치인 조덕구 : 살해된 오성범에게 협박을 받고 있는 중이다.

by 이수빈

 

그 자식이 죽다니 잘된 일이야. 예전에는 말을 잘 들었지만 건방져. 감히 협박하다니 예전에는 내 말은 군말 없이 따르던 놈이 말이야. 일이 잘못되면 강태식을 처리하거나 모조리 강태식이 한 일로 몰아가면 돼. 그런데 USB를 아직 찾지를 못하다니 불안하군.’

 

눈앞에 있는 컵을 던졌다. 컵은 산산조각이 났다. 순간적으로 거울을 보고 넥타이를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괜찮아. 그래, 이제 조금 있으면 다 해결될 거야. 걱정할 것 없어."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곧 강연회 만찬을 할 시간이었다.

강연회 만찬 장소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곳은 가식과 위선이 판치는 세계였다.

목이 타는 듯한 긴장을 감추며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조 의원님 강연회를 잘 봤습니다. 정말 훌륭하더군요."

"감사합니다. 열심히 준비한 보람 있군요."

대답은 했지만, 누군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런 것은 보좌관이 알아서 알려줘야 하는데 뭘 하는 건지.'

"의원님 이분은 동양그룹 사장님이십니다."

이제야 알려주다니…….

"자네가 말기도 전에 알고 있었지, 중요한 분을 내가 모를 리 없지 않나."

귓속말로 전해줘야 한다는 것을 모르나! 상대방이 알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화가 났다.

"보좌관, 잠깐 따라오게."

보좌관을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혹시 몰라 화장실마다 문을 열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풀고 소리를 질렀다.

"멍청한 자식! 귓속말로 이름을 알려줘야지. 너 대학은 폼으로 다녔냐! !"

나는 보좌관을 향해 악다구니를 쏟아냈다.

"한 번만 더 멍청하게 굴면 잘릴 줄 알아!"

"죄송합니다."

보좌관 녀석은 허리를 숙이며 고개를 조아렸다.

잔뜩 겁을 먹었는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 치밀어 올랐던 화가 조금씩 누그러들었다. 혼내려던 것을 멈추고 말을 마저 이어갔다.

"난 지금부터 일이 있어서 나가 있을 테니, 넌 나 대신 자리를 지키고 있어."

"어디로 가시는지."

저따위 한심한 녀석을 보좌관으로 데리고 있어야 한다니!

"자네는 알 필요 없네! 그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것만 알고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갔다고 전하면 돼."

나는 보좌관에게 쏘아붙이고 자리를 벗어났다.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서둘러야 했다. 강태식에게 오범성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아닌지 빨리 물어봐야 했으니까.

한참을 걷다 보니 강태식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 가까워졌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강태식은 바를 보자마자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조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그래, 부탁한 일은 어떻게 됐지?"

"그게, 일이 좀 꼬였습니다."

"?"

"저희가 처리하기 전에 죽어 있었습니다."

"건방을 떨더니 잘 죽었군. 그런데 USB는 어떻게 됐나."

", 그게 죽기 전에 USB 뺏고 나서 죽이려 했는데 일이 꼬여서 말입니다."

"멍청한 자식이 일 처리를 어떻게 한 거야!"

"죄송합니다. 그 자식이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어서."

"USB에 있는 영상부터 없애고 죽이라고 하지 않았나."

경찰이 먼저 발견하면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오성범이 그리워졌다. 그 녀석은 정말 뒤처리를 잘했다. 쓸데없이 욕심을 부려서 협박만 안 했으면 계속 뒤를 봐줬을 것이다.

10년 전 일도 오성범을 믿고 맡겼다. 그게 내 발목을 잡을 줄 모르고 말이다.

"어쨌든 누가 발견하기 전에 찾아서 없애. 내가 망하면 너도 망하는 거야."

"알겠습니다. 꼭 찾아서 없애겠습니다. 그러니 의원님도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날 뭐로 보고! 난 약속은 지키네, 자네야말로 일 처리를 확실하게 하게."

"네 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나는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나는 만찬장으로 돌아가야겠네. 잘 부탁하네."

만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건방지게 약속 운운하다니! 이 녀석도 오성범처럼 배신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달리 다른 방법도 없고, 강태식 이 녀석도 내가 아니면 이런 든든한 뒷배를 가질 수 없으니 욕심 때문에라도 USB를 없앨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이후의 문제는 USB를 없애고 나서 하나하나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만찬 장소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기득권에 빌붙어서 떡고물 부스러기나 얻어먹으려는 버러지 같은 것들…….’

비아냥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틀어막고, 냉소와 경멸이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