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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RPG 스토리텔링 <사건의 재구성 : 사건번호X>

3_#2 용의자의 알리바이_김민

용의자 2. 아내 김 민 : 살해된 보스의 아내. 남편과 내연녀의 불륜관계를 알고 있다.

by 문아람

 

호텔은 곧 경찰의 사이렌 소리와 제복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시끄러운 공기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레드 와인 한잔을 주문했다.

김민씨 되시죠?”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누구시죠?”

강력반 김상도 형사입니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들이댔다. 신분증 끝이 낡아 너덜거렸다.

그런데요?”

형사는 내 옆에 앉더니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오성범, 댁의 부군이 죽었습니다. 명단을 보니 아내인 여사님께서 강연회에 참석하신 것으로 나타나서, 덕분에 댁까지 가는 수고를 덜었습니다.”

그래요.”

형사는 날 의아하게 쳐다봤다.

놀랍네요. 슬프지도 놀라지도. 하물며 즐겁지도 않으십니까?”

나름 슬퍼하고 있어요.”

형사는 말을 이었다.

최근 피해자 아니, 부군한테 이상한 점 없었습니까? 단순한 것도 좋습니다. 생전에 남편이 원한가질 상대나 뭐 그런 것들

그 사람은 적이 많죠. 이쪽 사업은 어쩔 수 없이 업보를 쌓게 되니까.”

형사는 고개를 올려 나를 쳐다봤다.

오늘 무엇을 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내가 죽인 것 같이 말하시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해야 하는 절차라서.”

오늘이라. 조덕구 의원 강연회가 열리는 날이죠. 아침에 일어나 샵에 가서 헤어와 화장을 했고 그 이후엔 여기서 와인을 마시고 있네요.”

난 들고 있던 와인 잔을 흔들었다.

부군과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으시는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부부사이는 꽤나 좋았다고 하던데.”

집안단속 못해서 사람들 입방아에 올라서 좋을 건 없죠. 결혼은 비즈니스이니까. 형사님은 기혼인가요? 몇 주 동안 남편과 마주칠 일이 없다면 무슨 소린지 아실 텐데요.”

글쎄요. 가정을 꾸릴 처지가 아니라. 하지만 결혼이란 겉보기와 다르게 실은 꽤 잔혹하다는 건 압니다.”

그이는 와인보다 칵테일을 더 좋아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전혀 맞지 않았죠. 이래서 태생을 속일 수 없나 봐.”

형사의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그래. 알겠어.”

형사의 통화가 길어지자 조금 초조 해졌다. 휴대폰에 비서의 번호가 보였다.

일부러 받지 않는 건가.’

형사는 통화를 끝내고 다시 나를 쳐다봤다.

형사님은 레드 와인을 좋아하시나 요? 원하시면 추천해 드리죠.”

제가 그렇게 고급 진 놈은 아니라. 무얼 마셔도 다 같은 맛일 겁니다.”

형사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독성분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음식에서요. 이거여사님이 사랑하는 와인에서 독이라니

난 당황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봤다.

유서준. 네가 이렇게 날 뒤통수치는구나.’